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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세렝게티, 사자, 뱀, 실베스텔, 아가들, 사진 속 주인공을 찾습니다. feat 부기시 일상


제목이 점점 길어지는 것이 나중에 제목으로 한 문단 뽑겠습니다.


새해 복들 많이 받으셨는지요.


저는 하필 설날인 어제가 Apostolic meeting. 그러니까...한국 개념으로는 '지구사제회의' 같은게 있는 날이였어서요.


문제는 한국에서야 지구 개념이 '구'보다 작아서 길어도 20분이면 차로 가지만


어제 가야했던 곳은 편도로 세시간 반 거리였어서요. 회의 가서 하루 자고 돌아오니 명절이 끝나 있었습니다.


떡국은 먹을 길이 없어서 구글에서 사진을 검색하는 것으로 대신하였습니다.


외국 사람들이 항상 놀라는 것 중의 하나가


한국의 음력 설 문화와 나이 세는 방법이죠.


어머니의 배속에서부터 나이를 센다는 개념을 대단히 놀라워 하기도 하구요.


몇몇 신부님들은 그거야말로 정말 가톨릭적인 계산이라며 세계가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반면 설이 지나야 한살이 먹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그럼 12월에 태어나면 두달만에 두살이 되는거냐며 '뭐 그딴 방법이...'


이런 반응이기도 하구요.


아 맞다. 발렌타인 데이와 화이트 데이를 놀라워하기도 해요.


보통은 발렌타인 데이에 서로 주고 받는게 일반적인듯 합니다. 유럽과 미국은...대체로 그러한듯해요.


날을 두번 만든게 우리나라에서는 요식업계와 제과업계의 상술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만.


뭐 이러나저러나 올해까지는 저와 상관없는 날들이긴 합니다.


여하튼 오늘도 그렇게.


가열차게 업로드를 시작해 봅니다.



지난번 말씀드린. 세렝게티의 지루해하는 사자. 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네셔널 지오그래픽이든 디스커버리든, 뭔가 세렝게티의 사자 그러면


엄청날거 같고 막 크앙~ 왁! 끄악!  이런 느낌인데요.


막상 세렝게티에 와서 사자를 찾게 되면 보통 저렇게들 계십니다.


사자들이 하루종일 사냥만 하는게 아니니까요. 생각해보면 당연하기도 하죠.


이게 작년 8월이였는데요. 3년전에 답사로 왔던걸 포함하면 세렝게티에 총 두번을 갔습니다.


헌데 두번다 형제님 사자를 못 봤어요.


운 좋은 친구들은 당일 코스로 가서도 보고 오기도 합니다만


사자를 볼 운은 좀 없었나 봅니다.


그나마 이 자매님 사자도 우리들이 차 안에서 계속 사진을 찍고 있으니 귀찮아지셨는지





곧 이렇게 무리속으로 들어가셨습니다.


다른 사자들도 다 누워있죠. 도대체 형제님 사자들은 어디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헌데 정면에 보이는 사자는 얼굴이 진짜 크긴 하죠.





그날 다른곳에서 만난 또 자매님 사자들 무리입니다.


여튼 지금껏 만난 모든 사자들은 대부분 이렇게 세상 귀찮아하는....   


그것참 게으른 동물의 왕국이였습니다.


그래서인지 그 이후로는, 그리고 앞으로도 세렝게티를 다시 갈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사는 곳과 풍경이 너무 똑같기도 하고


이미 공소 다닐때마다 오프로드로 덜컹거려 허리가 아픈데


사자 찾겠다고 차를 타고 달려가고 있노라면


내가 지금 부기시에 있는건지 세렝게티에 있는건지 헛갈리기 때문입니다.


몸은 세렝게티인데 마음은 일하러 가는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한국에서 처음 오시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쯤 해볼만....음...


이미 탄자니아 들어오는 것 부터가 해볼만한 일은 아니긴 하군요.


뭐 여튼 오면 나쁘진 않습니다.


자, 이제


부기시입니다.





요 며칠전 산책하다가 만났어요. 다행히 산책하다 아주 큰 뱀 안만난거를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제작년 미파에서 살때 미쉘 신부님과의 대화가 떠올랐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블로그에 적기도 했었는데요.




"신부님 : 여기 밤에는 뱀이 있으니까 밤에는 꼭 후레쉬를 가지고 다녀야 해.
나 : 아, 뱀이 후레쉬를 보면 도망가나요?
신부님 : 아니 뭔소리야. 니가 뱀을 봐야지. 보면 도망가라고."

출처: https://egoamo.tistory.com/entry/아프리카-한달-생존기?category=321933 [YoonSang]




저땐 저게 웃겨서 적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엄청 바본데요. 뱀이 후레쉬를 보고 도망간다니. 파하하.


여튼 부기시 근처에서도 굉장한 야생이 자주 펼쳐지곤 하니 굳이 세렝게티까지 뭐...이런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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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가 너무 갑자기 바뀔 것 같아 선으로 구분을 했습니다.


기쁜 소식이라면 기쁜 소식인데요.


한국의 본당들에 신학생들이 있는 것처럼


이곳에도 그러합니다.


아주 긴시간 이곳에서 복사를 했던 실베스텔. 줄여서 실리 라고 부르는데요.


이 친구가 드디어 신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교구 신학생은 아니고 우리 SMA 신부가 되려고 신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어서요.


문제는 이곳 친구들이 대부분의 경우 학비를 포함하여 그 무엇도 비용을 내기가 쉽지가 않고


그렇다고 본당이 돈이 있는가 하면 본당 사정도 대단히 열악하기 짝이 없어서


이창원 신부님도 아이들에 대한 여러가지 지원을 해주셨고


이어서 저도 해주고 있습니다.


신학교는 케냐에 있어서 이것저것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거든요.


헌데 요즘에 유독 눈이 아프단 이야기를 자주 했습니다.


그래서 이 근처 유일의 안과....라고 하기엔 여튼 안과를 다녀왔습니다.


차로 한시간 좀 넘게 가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어요.





이곳이 유일한 안과이자 안경점입니다.


사진에 보이는 친구가 이제 곧 신학교에 입학할 실베스텔 입니다.


오른쪽에 찍고 있는 제 모습이 거울에 살짝 찍혔군요.





그렇게 안경하나 맞춰줬는데 11만 실링. 우리돈으로 하면 5만 5천원 정도지요.


여기 돈 개념으로는 제법 비싸서 놀랐습니다.


주임신부님이 말씀하시길 니가 아시안이니까 아마 너보고 가격을 더받은거 아니냐는 추측을...


여하튼 매번 눈 충혈되고 눈물흘리던 실리는


안경을 맞추고 아무런 문제가 없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게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는 이 친구가 본당일을 엄청 많이 도와주고 있거든요.


해서 이 친구가 아프면 제가 많이 고생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실리가 아프면 제가 두팔 걷고 나서서 도와주는 편이지요.


문득,


한국에서 함께했던 주임신부님들 중 한분이


유독 저 아픈것에 걱정을 많이 해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하루는 감기기운이 있다 했더니 갑자기 밖으로 나가셔서는


20분만에 돌아오시더니.


지금 성당 앞에 택시를 대기시켜놨으니 저 택시만 타면 모든게 해결될 것이라며


응? 하고 시키셔서 일단 탔더니 자동으로 기사분이 병원에 데려가서는


의사분이 저를 보자마자. 이야기 들었다며 일단 앉으시라고.


아니 무슨 감기 하나에 이렇게까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날 저녁 주임신부님께서.


김신부님이 아프면 내가 많이 힘들어지니 신부님은 절대 아프면 안돼...


라는 말씀을 ㅋㅋ


따지고 보면 실베스텔을 제가 극진히 아끼는 이유도 뭐 크게 다르지 않구나 싶었습니다.


그 때 그분이 이런 마음이셨겠구나...뭐 그런 체험이였죠.






아....이 뜬금없음은 뭘까요. 갑자기 부기시로 돌아왔습니다.


작년 소공동체 미사 다닐때의 사진입니다.


지역 공동체에서 미사 드리고 밥먹으며 기다리던 중이였는데요.


저게 제가 가끔 말씀드린. 열악한 이 환경에서도. 그것참 뭐 저렇게까지 큰 스피커를 항상 준비하는 모습입니다.


저 짐칸에 실린게 스피커인데요.


되게 옛날거처럼 보이지만


최대출력으로 틀면. 이들은 항상 최대출력입니다.


사방 한 3-4키로까지 소리가 둥둥 울리는 스피커로써


밤마다 잠자기 힘들게 만들어주는 녀석들이죠.


캔유필마헐뷧. 이런 느낌입니다.





빠지면 섭한 공소 사진이지요.


원래 아이들은 공간 개념이 잘 없으니까요.


앉을 자리 없으면 저렇게 제대 앞에 앉아서 미사 드리기도 합니다.


그 왜 기차도 보다보면 역방향 시트가 있는것처럼


미사에도 역방향 시트가 있다고나 할까요.


저날 저렇게 쪼로록 앉은게 '도레미' 같아보여 이뻐서 찍은 사진입니다.





그것참 여기 아이들은 눈이 왜 이리 이쁜지. 보고 있으면 빠져듭니다.


다들 힘들고 없는 환경에서도


한달에 한번 하게 되는 미사에는 자신이 가진 가장 좋은 옷을 잘 준비해서 입고 옵니다.


물론 아무리 좋아도 물 문제로 세탁이 어려워 냄새는 상상을 초월합니다만


그럼에도 그러한 그들의 정성은 항상 눈으로 들어와 마음을 건드리곤 합니다.





요즘엔 참 핸드폰이 좋아져서요. 아이폰X를 쓴 이후로는 큰 카메라를 잘 안꺼내게 됩니다.


핸드폰으로도 아쉽지 않게 찍히기 때문에요.


블로그에 제가 올리는 사진의 90%는 아이폰 사진입니다.


헌데 그래도 어쩌다 큰 카메라 꺼내서 찍으면


따라 잡을 수 없는 느낌이 있긴 하지요.


모처럼 큰 카메라 꺼내서 찍은 아가 사진입니다. 엄청 잘 웃는 아가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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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원래 오늘 이렇게 길게 쓸 생각이 아녔는데 왜 이리 길어졌을까요. ㅡ.,ㅡ


혹시 아래의 사진을 기억하십니까.




작년 사순시기 십자가의 길때 찍은 사진이고 블로그에도 아주 멋진 사진이라며 단독으로 소개해드린적이 있었죠.


그러고보니 이 사진도 큰 카메라로 찍은거네요.


제가 이곳에서 찍은 사진중 거의 첫번째 두번째로 꼽을만큼 좋아하는 사진인데요.


본당 교우분들이 원체 많고 너무 흩어져 있다보니 사진의 주인공을 다시 찾을 길이 없지요.


해서 뭔가 아이에게 사진을 주고 싶긴 한데 방법이 없네...그냥 이러고만 있었던 찰나


지난주에 공소미사가 끝나고 늘 그렇듯 한 가정을 방문해서 식사를 기다리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밖에 나와보니 역시 늘 그렇듯. 아이들이 앉아서 놀고 있었는데.




응? 잠깐..너...얼굴이 뭔가 익숙한데? 


이 아이 엄마 누구냐고 물어보고 엄마를 찾아 저 위의 사진을 보여주니


그게 자기랑 자기 아이가 맞다며 엄청 좋아했습니다.


그렇게 정말 우연히.


1년 만에 사진의 주인공을 찾아서


사진을 줄 수 있었습니다.





뭔가 표정이 무섭지만 그냥 어색해서 그런겁니다.


엄청 좋아했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핸드폰과 연동이 되어서 핸드폰에 있는 사진도 즉석에서 인쇄가 가능한지라


그 자리에서 뽑아서 줄 수 있었습니다.


이정도면 여기 회사에서 필름 협찬이라도 저에게 해줘야 하는거 아닌가 싶습니다만.


여하튼 그렇게 사진은 일년만에 주인을 만나 돌아갔습니다.





형제들인데 엄청 귀여웠어요. 가족사진도 찍어서 뽑아주자 내내 쳐다보고 놀았습니다.




네, 여기까지입니다. 생각없이 시작했다가 엄청 열심히 올렸네요. ㅡ.,ㅡ


확실히 토요일보다는 수욜 혹은 목욜이 올리기 더 편한거 같아요.


다음주도 수욜 혹은 목욜에 올리겠습니다.


그냥 목요일이라고 생각하시는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끝으로.








뭐 늘 그렇듯 그런. 구름사진입니다.


지금...우기인데 안타깝게도 3주째 비가 내리지 않고 있어요.


가물어가는 물탱크를 보며 속도 바짝 타들어갑니다.


부디 빨리 비가 다시 내리기를....에이멘.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