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드문 경우이긴 합니다만.
가끔 머리속에서 말들이, 단어들이 엄청 날뛰면서 튀어나오려고 함을 느낄때가 있습니다.
일년에 한 서너번 될까말까라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그럴때에는 뭐가 되었든 쓰지 않고는 도무지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느낌입니다.
그렇게 쓴 글중엔 다시 보기 민망한 글들도 있고 마음에 드는 글들도 있기 마련입니다만
여하튼 최근에 튀어나온 글이 하나 있어서 모처럼 인스타에 올리고,
그렇게 튀어나왔다 하기에 썩 대단하진 않습니다만 나름 아까워서 이곳에도 올려봅니다.
토요일에 다시 일상 포스팅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그리하여 아래 글의 요지는, 파가 미친듯이 잘 자라고 있다는 겁니다.
"고통의 상대성을 모르는 바 아니다. 남이 걸린 죽을병보다는 내가 걸린 감기가 더 힘든 법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층위의 고통이라는 것이 분명히 있기 마련이다. 꽤 오래전 어떤 책에서 읽은 선진국 아이의 가장 큰 고민이 너무 느린 스마트폰인것과 후진국 아이의 가장 큰 고민인 깨끗한 물을 마시는 것과 같은 차이 말이다.
물론 그정도는 아니라 하더라도, 이곳 아프리카의 생활이 나에게 주는 가장 커다란 선물중의 하나는, 이곳의 삶은 한국에서 긴 시간 살아왔던 시간동안 느낀 것과는 전혀 다른 층위의 고통들을 매일의 선물로 준다는 것이다.
아주 흔히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아주 사소한 디테일들의 아쉬움들을 고민해왔던것과 달리. 이곳에서의 삶은. 내일 양치할 때 쓸 물이 충분한지. 마실물을 충분히 정수해 놓았는지, 먹을것들을 충분히 마련해놓았는지. 태양열 전기의 전압이 12.0이상으로 유지되어 정전시에도 충전이 가능한지 등에 대한 고민들이다.
하루라도 삐끗하면 다음날 생각해본적 없는 복잡한 후유증을 가져오는 문제들인지라 하루도 게을리 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리하여 나는 다른 것들에 마음 빼앗길 틈이 없다. 뭐 잠시잠깐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은 있다. 그때 이랬더라면. 혹은 생각처럼 되지 않았던 수많은 일들에 대한 아쉬움들이 지나갈순 있더라도 아주 빠른 시간안에 당장 해결해야 하는 생존에 관한 문제들이 더 크게 다가올 수 밖에. 그리하여 불필요하게 마음 빼앗기지 않는 다는 것이 가장 큰 선물이라면 선물이라 할 수 있겠다.
한국에서는 근처 아무 시장만 가도 흔히 살 수 있는 대파가, 이곳에서는 차로 왕복 8시간을 달려야. 그마저도 양도 충분치 않거니와 상태가 좋지 않은 것들만 가득한데다가 심지어 있는지 없는지도 장담할 수 없는 관계로. 기르기 시작했는데 너무 잘자라고 있다.
그래서 너무 고맙다. 잘 자라 주어서 정말정말 너무 고맙다.
그래서 오늘의 나는 너무 행복하다. 왜냐하면 대파가 너무 잘 자라주어서. 그 밖에 일어나는 수 많은 일들에 대해서는 사실 잘 모르겠다. 어찌 될지도 모르겠고 바란다 한들 바뀔 일들도 아님을 알기에. 그냥 이 대파가 너무 고맙고 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