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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부기시 VS 도도마 야구시합

안녕하세요. 원랜 어제 올리려 하였건만 요즘 이상하게 계속 속도가 느려져서 수없는 시도 끝에 결국 포기하고


오늘 새롭게 도전해봅니다. 부디 이글이 잘 올라가기를 바라며...


저는 지금 말씀드린것처럼 언어학교에서 스와힐리어를 공부중입니다. 다음에 한번 설명드리긴 할텐데요,


이곳에서의 스케쥴은...거의 스파르타 학원을 방불케 합니다. 신부가 된 후로는 절대로 공부하는 일은 없을거라 생각했습니다만,


애석하게도 오전 8시 반부터 점심까지 쉬지 않는 수업과 오후의 강제 자율학습및 저녁시간엔 숙제의 반복으로


아주 열공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언어란게 참 쉽지는 않지요. 오늘은 오늘대로 갈길이 머니 이곳 이야기는 다음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말씀드렸던 대로, 아프리카에 처음 도착하자마자 제 동기신부인 이창원 다니엘 신부의 성당(부기시, Bugisi)에서 일주일을 보냈었는데요, 그 이후에 미파에 갔었죠. 


도착하자마자 일주일의 기억이 제법 강렬했어서...그 일주일간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시기상으로는 제일 먼저 올렸어야 했는데 이제서야 올리게 되네요.


우선




공소에 미사 갔을때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아프리카 들어와서 찍은 사진중 가장 마음에 드는..사진이기도 하구요.


이곳 모든 아이들은 저희들을 항상 이렇게 신기한 눈으로 쳐다봅니다 






공소미사가 끝나고 늘 식사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 했었는데요. 


이창원 신부는 식사를 하고 나면 저렇게 가족사진을 폴라로이드로 찍어서 나눠주더군요.


훌륭하게 잘 하고 있습니다. ㅋ







사연이 신기해서 찍었던 사진입니다. 이게 공소인데요 십자가 바로 위에 길게 붙어 있는 양철판이 보이죠?


다니엘 신부가 처음 왔을땐 저게 없었는데 문제는 여기에 박쥐가 많아서 미사 하는데 위에서 박쥐가 볼일도 보고


주례하다가 꼼짝없이 박쥐똥을 맞기도 하고 해서 한마디 했다고 합니다.


"하느님의 집을 이렇게 관리해서 되겠느냐!!"


그랬더니 사람들이 저런 걸 달아서. 이제는 조금은 안전(?)하게 미사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가운데 아래 보이는 저게 창문인데 사실 거의 모두가 오픈형태라...박쥐뿐아니라 벌부터 왠갖 곤충과 새와 뭐...


내셔널 지오그래픽이죠. 걍 그렇습니다.






드디어 야구 얘기를!! 이창원 신부의 가장 큰 취미가 야구입니다. 보는것도 하는것도 좋아한다구요.


너무 감사하게도 두산에서 후원을 해주셔서 아이들이 이렇게 장비며 옷이며 여러가지 것들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하루가 끝날때즈음이 되면 이렇게 다같이 모여서 야구 연습을 함께 한답니다.





네, 아이들이 제법 잘해요. 그게 다 자기가 키운거라고 큰 소리로 이창원 신부가 말했습니다. ㅋ





























이렇게 연습중에 많은 사진을 찍었었는데요,


단연코 최고라 할 수 있는 두장을 뽑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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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찍는 순간 저도 소름돋은 사진입니다. 이창원 신부님 인생사진을 남겨드렸죠.


만약 누가 저를 이렇게 찍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저는 참 평생 충성을 맹세할것만 같은데,


이 인간은, 아. 아니 이 신부님은 참 고마운줄도 모르고...


나쁜 인...신부님...


뭐 나름 흡족하다며 며칠간 카톡 프사로도 쓰고 했었습니다.


곰새 바꾸긴 하더라구요. ㅋㅋ



그리고


두번째로 뽑은 멋진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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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찍고 나서도 너무 기뻤던...사진이랍니다. :)


그렇게 연습이 모두 마무리가 되고...



사실 이렇게 열심히 연습을 한 이유중의 하나는..


이창원 신부가 원정 경기를 잡았기 때문입니다.


현재 탄자니아의 수도는 도도마 인데요. 도도마에 있는 중학교? 아이들과의 시합을 잡았고


그래서 부기시의 우리 아이들이 모두 함께 도도마에 가서 시합을 하게 된 것입니다.


여기 있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평생 이 동네를 벗어나 본적이 없는 아이들인데


버스를 타고 그것도 수도인 도도마에!!


간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커다란 사건인거죠.


이창원 신부가 큰일을 하긴 했습니다. 저한테 고마운줄을 몰라서 그렇지 괜찮은 사...신부님이에요.


버스도 수도원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는데요 문제는 25인승이기 때문에 모두가 갈 수 없었습니다.


때문에 출발 전날 사제관에서 선수 명단 발표가 있었습니다. 제가 원체 야구쪽에 관심이 없어서


이런걸 드래프트라고 하나요? 뭐 여튼 그런 장면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가게 되긴 했는데 약간 아이들 긴장도 시키고 조금더 드라마틱하게 발표를 해서


아이들 막 울먹거리고 기뻐서 환호하고 한밤중에 난리도 아니였답니다.


그렇게 다음날 아침. 버스가 도착했습니다.






네...이딴게 온거죠. 적잖이 충격이였습니다.


이때 하도 더웠어서 출발 전에. 다른건 다 되었고 적어도 에어컨만 있는 버스였으면 좋겠다며,


다같이 에이 아무리 그래도. 에어컨은 있겠지. 그렇죠? 하하하. 당연하지. 


이러면서....사실 버스도 엄청 늦게 도착해서 마당에서 세시간을 기다렸는데..


이분이 오셨습니다.


문제는...


도도마까지의 거리는 7-800 키로미터..


이때부터...인내심과의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너무 어이가 없고 하도 기가 막혀서 찍었던 사진입니다. 제 자리에서 찍은 사진인데요.


제가 이 버스에 별명을 하나 붙인게 있었으니


"포효하는 사자의 심장에 거북이의 다리"


약간 인디언식 이름인 겁니다.


엔진소리가 어찌나 우렁찬지 람보르기니를 탄줄 알았어요. 하지만 창밖을 보면 시속 30키로로 순항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는 사이좋게 멘탈을 내려놓고,


"나는 지금 아무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모드로 들어갔습니다.


턱막히게 건조한 더위와 차가 지나갈때마다 쌓이는 모래먼지


엄청나게 퀴퀴한 냄새와 허리가 끊어질것 같은 의자


도무지 피할길 없는 창문으로 뚫고 들어오는 뜨거운 태양





그래서 결국 이런 모습이 되셨죠.


처음 출발할땐 난리도 아니였습니다. 아이들이 환호하고 노래부르고 비명지르며 거의 30분을 괴성과 함께 출발했던 거 같아요.


뭐 흔한 로드무비들이 그렇듯. 처음엔 그렇게 소리지르고


시간이 지날수록 대화는 사라지고..얼굴은 굳어가고...어깨에 먼지는 쌓여가고..그런것이지요.






그래도 밥은 먹어야되지 않겠습니까? 이곳에 휴게소가 있을리 만무하구요. 버스를 몰고 가다가 큰 나무가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큰 그늘이 있는 곳에서 먹으려구요.





사제관에 부탁해서 특별히 만들어온 닭복음탕 같은 것과 밥들을 나눠줬습니다. 이걸 먹는 모습도 정말 가관이였는데..


아쉽게도 밥먹을때 사진은 이 두장밖에 없어요.


왜냐면.


저도 너무 배가 고팠었거든요. ㅜㅠ





그렇게 여행이 계속 되는줄 알았는데..


"포효하는 사자의 심장에 거북이의 다리"를 가진 우리 버스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어딜 한번에 가려고. 쉬엄쉬엄 가야지.' 라고 마치 이야기하듯


중간에 아주 여러번. 이렇게 뭔가가 터져서 우리를 멈춰세웠습니다.





'오늘 못갈수도 있겠구나. 어쩌면 노숙을 할수도 있겠구나.' 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던 곳이였습니다.


자체 수리가 안되면 이 많은 아이들과 함께 뭘 어찌 할수가 없어서요.


이미 상상했던 모든 최악의 상황들이 다 벌어지고 있었어서 마음속으로는 '그래. 난 오늘 여기서 노숙을 하게 될것이다.'


라고 야심차게 각오도 했더랬습니다.



헌데 놀랍게도 어찌어찌 수리가 되었고.


가뜩이나 긴 이름을 가지고 있는 우리 버스는,


한껏 더 커진 엔진소리에,


다소 더 느려진 발을 달고,


다시 어찌어찌 가기 시작했습니다.






너무나 우렁찬 엔진 소리에,


너무 크게 소리를 내셔서 많이 힘드시지 않을까. 


이것참 이대로라면 또 지치실것 같은데.


라는 생각대로 다시 또 퍼지셨고. 


밤시간에 길거리에서 또 이사진을 찍으며


'이곳이 노숙 장소인건가.'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더랬지요.





그 와중에 저녁 노을은 쓸데없이 아름답고 그랬더랬습니다.




이렇게 천신만고 끝에. 놀랍게도 도착못할줄 알았던 버스는


거북이가 시합에서 결국 토끼를 이긴 것처럼


기어코 도착을 하고야 말았는데.


총 700키로의 거리를


장장 12시간에 걸쳐 도착하고야만 것이였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이때는 정말 끔찍한 순간이였네요. 아프리카 도착하자마자 이런 경험을 하게 해줘서.


아이고 그것참 어찌나 감사한지. 라는 말을 다니엘 신부한테 정말 여러번 말했던거 같습니다.


그렇게 밤 11시에 점심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못한채 도착했고.


다행히 숙소였던 돈 보스코 수도원에서 저희들을 위한 식사를 준비해주셔서


도착하자마자 정말 거지들처럼 밥을 먹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짜잔. 전날의 여독은 아랑곳 없이 잡혀있던 경기였기 때문에 아침부터 일어나서 시합에 왔습니다.


부기시의 아이들과.... 소개가 늦었는데요. 한국에서 온 학사님 두분이 계셨고 


전에 소개드렸던 선교사가 한명. 아프리카 학사님 한분도 같이 있었습니다.






시합전 아이들에게 지시하는 이감독의 모습입니다.








이창원 신부 왼쪽에 포수옷을 입고 있는 분은 일본 사람입니다. 이곳 중학교 야구팀을 감독하는 사람이였는데요.


정보가 없이 왔어서, 더군다나 저는 야구에 별로 큰 관심이 있는 사람도 아니여서 마냥 다 흐뭇하게만 바라보다가


저쪽 코치가 일본 사람이다. 라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모두의 눈빛이 달라졌죠.


"이젠 더이상 친선시합이 아니다. 우린 오늘 절대 질 수 없다."





사실 말이 안되는 것이...


정말 촌동네에서 야구 이제 막 배운. 심지어 초등부터 중학생까지의 아이들과


수도에 있는 중학생들과의 경기. 


레벨이 다를것이라 생각했는데요.


우리 아이들이 생각보다 잘해줬습니다. 초반 2회까지는 2-3점 앞섰던걸로 기억합니다.


사이사이 이창원 신부는 이게 다 나의 특훈덕이다. 라는 이야기를 했던걸로 기억이 납니다.





안타깝게도 4회부터인지...


점수차이가 너무 급격하게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왼쪽에 배트 들고 있는 아이가 우리 아인데요.


체격 차이가 보이시죠. 어리기도 어렸구요...점수차이가 거의 7-8점 이상 뒤지기 시작하자..


내심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 처음으로 도시 나와서 이런 경험 하는건데


다시는 안하겠단 소리 하는거 아닌가 싶은 걱정이 들어서요.





헌데 놀랍게도


야구를 잘 모르는 저도 야구는 9회말부터. 뭐 이런 말은 많이 들어보았습니다.


근데 정말로 그것이 일어났습니다.



7회 정도부터 갑자기 분위기가 반전이 되어서


그전까지 거의 3-4회 정도를 내리 한점도 내지 못했다가 갑자기 득점을 시작했고


한번 바뀐 분위기는 여기저기서 울던 아이들을 다시 소리지르게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결과 거의 10점가까이 벌어졌던 점수가 4점 정도로 줄어들었고


아쉽게도 비록 게임에는 졌습니다만


마지막 6점정도를 만회하며 아이들이 얻은 자신감과 기뻐하는 모습은 정말 잊기 힘든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회의 마지막 타석에


심지어 주자가 살아 있던 상황에서


이 감독님께서는 우리 아이들 중에 유일한 후보.


실력이 가장 낮아서 한번도 이날 뛰어보지 못한 친구를 내보냈습니다.


다른 아이들에게. 이기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하는게 중요한거다. 라고 설명했고


아이들 모두 동의하며 마지막 친구의 첫 경기 출전을 응원해줬습니다.





비록 졌음에도 아이들이 모두 너무나 행복해하며 기쁘게 경기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상당히 감동적인 경기였어요.








네 이렇게 모두 함께 행복했던 순간이였습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ㄱ.....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포효하는 사자의 심장에 거북이의 다리" 를 잊고 있었네요.


다시 저걸 타고 12시간을 가야한다는 것이...앞선 기쁨에 확 정신이 들게 만들었다고나 할까요.


원래 1박2일 예정으로 왔었으나


도무지 시간이 맞지 않아


다행히도 수도원에서 허락해주셔서 1박을 더 했었구요.


총 2박3일의 일정을 마치고 셋째날 아침 일찍


"포효하는 사자의 심장에 거북이의 다리"와 함께


집을 향해 출발하게 되었답니다.





이 감독이 고생도 많이 했고 장하기도 해서요.


저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돌아오는 길에 '싱기다' 라는 곳에 잠시 차를 세웠습니다.


마침 이곳에 굿네이버스에서 온 한국인 봉사자 두명이 있어서 그들과 만나기도 하며


호텔...이라기엔....여튼 호텔에서 점심식사를 다같이 했는데요. 제가 쏘기로 했습니다.


이 많은 사람들이 함께 먹었는데요. 사진 뒤에도 더 있습니다.


총 가격은...15-20만원 정도밖에 나오지 않아 또 놀랐던..


여튼 맛있게 먹었습니다!


아이들도 이런곳에서의 식사는 처음이라 많이 행복했(다고 믿습니다.)습니다.





마침 식사한 근처에 또 이런 호수가 있다고 해서요.


"포효하는 사자의 심장에 거북이의 다리"를 생각하면 1분 1초라도 빨리 떠나는게 맞지만


이때 아니면 언제 애들이 호수를 보겠냐며 제가 강하게 이 감독에게 건의하여 함께 놀러갔더랬습니다.


이렇게 행복해 보이는 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멘탈을 부수는 "포효하는 사자의 심장에 거북이의 다리"를 타고


또다시 정확히 12시간을 걸려.....


집에 도착을 했었던



그것참 행복하기도 하고 끔찍하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하면서 참 멘탈 녹아내리던


2박 3일의 도도마 여행. feat 야구시합 이였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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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주...전이였는데요. 이곳 SMA선교회 부제의 서품식이 있었습니다.


그때 찍은 이감독과 저의 사진입니다.


제 바로 뒤에 미파의 미쉘 신부님도 함께 있습니다. :)





다음 글은 9월 20일.


지금 있는 언어학교의...


내셔널 지오그래픽 같은 삶에 대한 소개가 되시겠습니다.


그때까지 모두 건강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