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늦어서 죄송합니다. ㅠㅠ
어제 갑자기 생긴 일 때문에 저녁 시간이 좀 분주했더랬지요. 결코 골목식당 때문은 아녔습니다. 흠흠.
늦었으니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올해 들어서 생긴 변화중의 하나라면. 원래 우리 부기시 본당의 주일미사는 한대밖에 없습니다.
왜냐면 여기 미사가 끝나면 신부들이 다같이 다른 공소를 가기 때문인데요.
그 한대 미사에 교우분들이 보통 천명정도 오시는데
여기에 돈보스코 학교의 학생들이 자꾸 늘어나게 되어서 거의 천 오백명정도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야외 성당에서 미사를 해도 도무지 수용이 불가능하다보니
결국 미사를 분리하게 되었답니다.
그리하여 아침 8:30분이 어른 미사
아침 10:30분이 중고등부 미사 가 되었죠.
뭐 사람이 많아져서 미사 늘어나는건 좋은 일이긴...합니다. 피곤해도 좋은건 좋은거죠.
이 학생 미사가요. 좀 지나치게 신나긴 합니다.
애들을 좀 진정시켜야 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헌데 여기 문화와 얽혀 있으니 막 뭐라 하기도 좀 그렇긴 하고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중고등부 미사 할때도 소란스러웠기는 마찬가지인가 싶기도 하고
여튼 그런 미사입니다. 모처럼 동영상 준비했으니 한번 보시죠.
입당행렬입니다.
줄이 어마어마하죠. 저게 다 성가대입니다.
한국에서 했던 아침 중고등부 미사를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늘 눈을 못떠서 힘겨워했던 기억밖엔 없건만
여기는 그냥 완전 파티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복음 강복입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이때 부르는 노래가 제일 신나요.
모든 아이들이 다 격렬하게 춤을 춰서. 자세히 보세요. 두번 보세요.
전체 군무로 바뀔때가 멋지고, 가운데 들어오는 복사단 바로 뒤의 친구들의 춤은 세상격렬하고,
오른쪽 앞에 조그만 녀석은 씬스틸러고 그렇습니다.
요즘은 이렇게 중고등부 미사를 따로 하고 있어요.
영상은 여기까지고 이제 다시 사진입니다.
그 돈보스코 학교 바로 앞에 노틀담 수녀원이 있습니다.
한달에 한번 혹은 두달에 한번 수녀님들이 고해성사를 부탁하셔서요. 이렇게 한번씩 방문하게 됩니다.
고해성사가 끝나고 함께 성체조배를 하는 중입니다.
지금까지가 약간 독특한 일상이였다면, 이제부터 다시 평범한. 부기시의 공소 되겠습니다.
제대석 옆에 앉아 있던 중.
유독 이 광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참 거지같은 제대와 헌금바구니로 쓰는 조그만 플라스틱 바구니. 받치려고 가져다 놓은 돌.
보고 있으면 한숨도 나고 힘도 들고 냄새도 나지만
아주 멋지고 금으로 휘두른 휘황찬란함보다는
예수님은 이런곳을 더 좋아하시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한숨을 도로 집어넣곤 합니다.
네 이것도 복음 강복이지요.
생각해보니 잊지 못할 장면이 하나 있었는데
공소 중 한곳이 저 복음 강복을 위해서 성경책이 제대를 향해 나아올때
자매님 두분이 머리 위에 솥불, 솥단지 안에서 불이 한 3-40센치 위로 솟구치는 형식의
그런 솥불을 머리 위에 얹고 입당해서
여기 진짜 아프리카 맞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셨던 적이 있습니다.
역시 노말한 상황은 아니고 기억으로 아마 성령 강림 대축일이라 그랬던걸로 기억합니다만
너무 놀라운 광경에 저도 입이 벌어져 사진을 못찍었지요. 아쉬운 일입니다.
오, 여기 소개하고 싶었어요.
공소들중에 아주 드물게 공소 옆에 별도의 건물을 지어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곳이 그런데요. 여기는 공소 옆에 있는 선교사들을 위한 그런 건물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악마가 나온다는 소문이 있대요.
그 소문때문에 아무도 이곳을 쓰지 않으려고 한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니 이곳 사람들이 생각하는 악마에 대해서 소개를..... 한적이 없군요.
다들 순수하셔서 악마를 되게 쉽게 믿고 사소한 일들도 악마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신 질환이면 무조건 마귀들렸다고 생각하는 경향들이...우리나라도 예전에 마찬가지였지요.
근데 신기한건 또 기도하면 되게 잘 믿으십니다.
한번은 어떤 집에서 밤마다 마귀가 나온다고 구마기도를 저에게 부탁한 적이 있습니다.
왜그러냐 물었더니 밤마다 천장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대요.
올빼미가 지붕에 앉은거 아니냐. 그랬더니 자기가 그정도는 구별한다며 마귀가 틀림없다고 합니다.
선교사 대빵이 옆에서 저에게 이야기하기를,
신부님 무슨 생각하시는지 알지만 그냥 가서 축복만 해주셔도 이 사람들 좋아할거라고 하셔서 갔습니다.
난생처음 마귀 쫓아내러 가는 길이니 나름 긴장하고 갔는데 도착했더니 왠걸 집환경이 어찌나 밝고 활기차던지
아이들 꺄륵 거리며 뛰놀고 막 다같이 즐겁게 놀고 있었습니다.
뭐 하기로 했으니 가서 축복기도를 드리고 기도의 마지막에 성호경을 긋는 순간.
'방금 마귀가 떠난거 같아요. 너무 감사합니다.'
라고 하셔서. 아니 뭐 또 이렇게 빨리. 무슨 부적 붙혔다 떼네는 것도 아니고.
뭐 여튼 대략 이런 분위기입니다. 헌데 사진 속 이 곳은 계속 좀 흉흉한 소문이 들었나봐요.
아무도 이용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왜 때문인지. 저더러 저기서 밥을 먹으라고 하더라구요.
뭐 다 같이 먹긴 했습니다만 먹으면서도 사람들에게
'사제가 여기서 밥을 먹고 축복했으니 이제 마귀없다 걱정하지 마라'
고 말씀드렸는데요,
다들 오~ 하면서 박수치고 좋아는 하셨지만,
얼굴들은 뭔가 끝내 불안해하는. 그런 불편한 날이였습니다. ㅋㅋ
건물이 50년이 넘었대요. 구조 자체가 좀 스산하긴 하죠.
설명이 너무 길었네요. 다음 갑시다.
암튼 마귀는 잘(?) 쫓아낸(?) 것 같습니다.
몇번 소개드렸던. 폭우로 무너진 멘도 라는 공소입니다.
공소가 무너진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덕분에 나무 그늘 밑에서 미사 하거든요. 사실 저게 훨씬 시원해서 저에게는 더 좋긴 합니다. ㅜㅠ
가운데 제대 옆에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래도 신부라고 신부 의자만 저렇게 좋은걸 따로 준비해주십니다.
한국에서야 편의점 앞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의자지만
이곳에서는 제대옆에 놓아주는 고마운 의자입니다.
그렇게 저 멘도에서 미사를 하고 밥을 먹으러 갔는데요.
밥을 먹으러 간집 뒷마당에 이런 구멍이 있었어요.
가까이서 봤더니
맙소사 생각보다 구멍이 엄청 깊었고
정말 놀랍게 대충 눈으로만 봐도 4미터는 족히 되어보였습니다. 사진이라 조금 가까워보여요.
무지하게 깊이 파서 지하수를 쓰는 것이였습니다.
여기 완전 시골이라 장비가 들어오기도 어려운데 이거 어떻게 팠냐고 했더니.
손으로 팠대요.
돌 나오면 망치로 깨면서 그렇게 팠다고 해서 너무 놀라웠던 곳이였습니다.
그 구덩이에서 고개를 들면 이런 풍경이였는데요.
이곳에 있으면 시력이 좋아질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아프리카 온 이후로 제 몸의 대부분이 고장이 났습니다만
유일하게 좋아진 건 눈이에요. 시력이 두 스텝 올라가서 지난 휴가때 안경을 새로 맞춰야 했습니다.
사방이 지평선이니 시력이 안좋아질 수가 없더라구요.
요새는 심지어 가끔 안경 빼고도 그냥 잘 다니기도. 거울을 보고는 깜짝 놀라서 다시 쓰곤 합니다만. 아무튼.
그날 여기서 사진을 많이 찍었네요. 멀리 보이는 제차입니다.
휴 오늘도 뭔가 길었네요. 드디어 마지막입니다.
마지막은 오늘 제목에 달아놓은 태극기를 만난 이야기입니다.
마찬가지로 공소 미사가 끝나고 밥을 먹으러 갔을 때인데요, 우선 사진을 보시죠.
뚜둔!
사진이 HDR로 찍다보니 조금 합성처럼 보이지만 합성 아니에요.
태극기를 창문에 달아 놓은 것이였습니다.
너무 감동했어요. 이렇게 준비해 주신 적은 처음이였거든요.
제가 너무 놀래서 이집 아주머니께 물었죠.
"날 위해서 준비한거냐"
"뭐가"
"저거"
"저게 뭔데"
"태극기"
"그게 뭔데"
"우리나라 국기"
"아 그래?"
뭐 이런 식의 대화가 ㅋㅋㅋ
커텐인줄 알고 마켓에서 샀대요.
아니 도대체 왜 탄자니아 마켓에서 태극기를 파는지. 하마터면 들고 나가서 뛸뻔.
머나먼 곳에서 대한 독립만세 외칠 뻔 했어요.
여하튼 그렇게 태극기 아래에서 맛있게 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입니다.
3.1절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독립운동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모든 분들을 함께 기억하며 오늘 블로그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주는.
음.
수요일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담주는 늦지 않을거여요.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