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기시 일상. 나를 닮은 아기. 돌아온 사순시기.
안녕하세요.
어김없이 오늘도 목요일에 업데이트를 하는 김신부입니다.
어느덧....
이곳에 머무를 시간이 한달 정도 밖에 남지 않게 되었군요.
요새는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보내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디데이 엄청 세면서 기다리고 그랬던거 같은데 왠지 떠난다는 실감도 잘 안나고.
그저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공소 다녀오고 방에서 멍때리면 저녁 밥 할 시간이고 밥하고 산책하고 씻고 나면 잘 시간이고
그냥 그렇게 살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러한 요즘의 사진들. 시작하겠습니다.
이날 공소에 아이들이 정말 많았어요.
몇번 말씀드린대로 공소 입장에서는 한달 혹은 두달에 한번 신부가 와서 미사를 하기에 굉장히 큰 행사라고 말씀드렸죠.
그래서 미사가 있는 날에는 그 인근 학교 학생들이 수업도 하지 않고 와서 미사를 드립니다.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는 아이들 학원때문에도 성당 안나오고 했던 경우가 비일비재했는데
학교를 쉬고 단체로 미사를 온다는게 참 신기한 일입니다.
그렇게 공소를 다녀오는 길에 날이 좋아 찍은 사진입니다.
사진으로 봐서 실감이 안나지만 눈으로 봤을때 지평선 끝에 있는 나무를 보는 일은 참 멋진 일입니다. 덕분에 시력도 많이 좋아지구요. :)
하루는 공소가기 전날 비가 많이 내렸어서 가는 길이 이렇게 위험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냥 물 웅덩이보다 저런 진흙덩이들이 훨씬 위험합니다. 잘못 들어가면 차가 박히거든요.
이럴때에는 차에서 내려서 한참을 관찰한 후에 선교사와 함께 어떤 경로가 가장 최적인지를 한참 토론합니다.
그렇게 내린 결론은
사진에는 보이지도 않는. 오른쪽 풀밭으로 아예 들어가버려서 바깥쪽으로 크게 돌아갔더랬습니다.
다행히 빠지지 않고 잘 통과했어요 :)
식사가 준비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싸인이 바로 손 씻을 물을 가져오시는 겁니다.
그리고 그 씻는 물의 상태를 보면 이곳의 음식이 얼마나 깨끗한지를 알 수 있기도 하구요.
어차피 같은 물로 손 씻고 밥 짓고 다 하는 거라서요. 물론 대부분 흙탕물이기도 하거니와 사실 더럽다 한들 딱히 할 수 있는건 없죠.
허허 오늘 밥은 위생이 별로 좋지 아니하겠구나. 하고 마음을 다잡는 정도랄까요.
인도 사람들처럼 이곳 분들도 손을 이용해서 많이들 드십니다. 숟가락을 사용하기도 하시지만 손을 사용하는 비율이 더 높은듯해요.
해서 식사가 끝나면 보시는 것처럼. 사진은 식후입니다. 또 손씻을 물을 가져옵니다.
저는 늘 수저를 사용하다보니 밥을 먹고 손을 또 씻지는 않는데 그럴때마다 많이들 놀라십니다. 왠지 수군거리는 기분이에요.
'저 신부는 밥먹고 손도 안씻어. 짱 더러움.'
뭐....그럼에도 불구하고. 손 습진때문에도 그렇고 사실 저 물이 제 손보다 깨끗한지도 잘 모르겠어서 여튼 안씻습니다. 집에 오고 나서 씻어요. ㅋ
말씀의 전례입니다. 제대위에 제 전투장비들이 보이는 군요.
요새는 아이들이랑 노는 법을 잘 알아서. 미사후에 시간 있으면 아주 재미지게 노는 편입니다.
공소에서 만난 아가들이어요.
루시아나 사진을 몇번 보여드리면서 이 인근에서 가장 통실한 개일거라고 말씀드렸는데요.
보통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대부분 개들이 이러합니다. 사람 먹을 음식도 잘 없다보니 개들이 먹을 것은 더더욱 없지요.
그래서 공소미사후 식사를 하면 식사하는 곳 근처로 가끔 키우는 개들이 이렇게 다가옵니다.
보고 있으면 참 딱해지는 순간입니다.
아...이 친구 이름 뭐였더라. 물어봤었는데. 여튼 어려보이는데 미사후 식사를 준비하길래. 너 왜 학교 안가고 여기있냐 라고 물었더니
오늘 신부님 오시는 날이라 밥해야해서 학교 안갔다고 하길래. (제가 나쁜게 아녀요. 여기 문화입니다. ㅡ.,ㅡ)
고맙기도 하고 딱하기도 하여. 원래는 따로 주지 않는 사진이지만 이 친구를 위해서 할머니와 찍은 사진 하나를 따로 줬더랬습니다.
받더니 너무 좋아하면서 독사진도 하나 더 달라고 밝게 말하던...
아냐...그건 투머치야...라고 정중히 거절했습니다..ㅋ
공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식입니다. 흔히 볼 수 있는 만국기 같은걸 생각해보시면 되겠습니다.
나름의 인테리어인것은 알겠으나 대부분 족히 십년은 넘어보이는 장식들이라 상태들이 별로 좋지는 않습니다.
한번은 공소에서 미사가 끝나고 서있는데 어떤 자매님이
"신부님~ 이 아이 신부님 닮았어요~"
하면서 왔습니다. 아니 이 먼곳에 나를 닮은 아이가 있다니. 그 아이는 무슨 잘못이 있.....그게 아니고 여튼 신기하니 보자 했더니 이 아가를 데려왔습니다.
우선 눈이 너무 크고 귀여워서 나랑 안닮았자나! 라고 했는데 자세히 보니 코 넓은거랑 입 튀나온게 좀 닮은거 같기도 했습니다.
하관이 약간 저랑 닮았던...지어줄 수 있다면 프란치스코라고 이름 지어주고 싶었던 아가였습니다.
이쁘기도 이뻤지만 오라고 하니 선선히 와서 안기는게 아주 귀여웠어요.
공소를 모두 마치고....부기시 본당입니다. 이 사진을 꼭 찍고 싶었어요.
아침 미사 후에 혼자 성체조배를 하는데 성체조배를 할때에 제 시선에서 보이는 모습입니다.
미사후에 여기 앉아서 묵상도 많이 하고 기도도 많이해서 참 애착이 가는 장면입니다.
오늘은 화 안내게 도와주세요...오늘 안죽게 해주세요...살려만 주세요..기타 등등의 기도를 참 애절히도 바쳤던 곳입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다시 사순시기가 되었죠. 작년에도 소개해드렸던 십자가의 길을 하는 모습입니다.
이렇게 야외에서 크게 한바퀴를 돌며 십자가의 길을 매주 금요일에 바칩니다.
계속 소개를 해야지해야지 하다가 이제야 하네요.
한때 열심히 소개했던 파군입니다. 오리지널 마크1이 왼쪽이구요. 마크2가 새로 생겼습니다. 오른쪽 노란 통에 있는게 파군 마크2 입니다.
3월 초에 므완자 다녀오면서 파를 6단 더 구할 수 있어서 자른것을 밑둥부터 심었는데 그새 저만큼이 자랐어요.
놀라운 것은 마크1이 그간 정말 큰일을 해주었습니다. 정말 각 단마다 7번 정도는 잘라서 먹은거 같아요.
덕분에 파기름내서 볶음밥도 잘 맹글어 먹고 라면에 넣어서 맛도 깊게하고 아래에 소개할...무말랭이 무침도 만들고 했습니다.
계속 마크1만 볼때에는 몰랐는데 마크2가 오고나서 깨달은 것은 이걸 무한히 먹을수는 없나보더라구요. 자를 수록 점점 대가 얇아집니다.
마크1과 2의 굵기 차이가 심하죠. 마크1도 처음엔 지금2처럼 굵었는데 7번 잘라먹는동안 점점 얇아지나봐요.
고마웠어 파군 마크1. 그간 너덕에 엄청 행복했단다.
마크2 오른쪽에 있는 애도 왠지 생기긴 파처럼 보이지만 저건....뭔지 잘 모르겠어요. 주임 신부님이 심는거 같은데 어디 쓰는 아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오늘 끝으로....음식소개 하려고 합니다.
한국인은 어쩔 수 없는 문제죠. 나오면 늘 김치가 아쉽습니다. 요리에 자신이 붙어서 한번은 김치를 해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아무래도 그건 투머치인듯하여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무말랭이 무침을 떠올렸습니다.
떠올렸다기보다는 휴가 때 한국을 떠나면서 마트에 들렸을때 우연히 본 건조 무말랭이를 보고, 어? 이거....하면서 집어와봤죠.
찾아봤더니 무말랭이 무침 만드는게 생각보다 어렵지 않더라구요. 그리고 저에겐 파군 마크1,2가 있으니까요. 만들어 봤습니다.
뭐 음식을 맛있게 찍은건 아니지만...기대했던 것과 너무 같은 맛이라 깜짝 놀랐어요.
한통 다 담아버려서 요즘엔 김치의 아쉬움 없이 이 녀석과 함께 즐겁게 식사를 합니다.
그러다가 돼지 안심?...pork loin 이면 안심인가요 등심인가요.
여튼 로인을 이용한 포크 로인 갈릭 스테이그를 맹글어 보았어요.
말이 멋있지 그냥 돼지고기마늘구이지요.
문제는 이것저것 다 있는데 쌈장이 없어서 아쉬웠거든요.
근데 또 찾아보니 쌈장도 만들 수 있더라구요.
생각보다는 어려웠습니다. 고추장 된장 섞으면 되는건줄 알았는데 조금 복잡하더라구요.
여튼 만들었는데. 이또한 놀랍게 예상했던 맛과 같아 대단히 기뻤습니다. 왼쪽에 있는 것이 수제 쌈장이어요.
살다살다...제 손으로 무말랭이 무침과 쌈장을 만드는 날이 올거라 생각해본적도 없는데.
그것참 신기한 선교의 신비입니다.
모두들 무탈하시기를 바라며
아...다음주는. 약간의 변화라면 변화인것이...
아마 이번주 주보에 그것참 민망하게도 제 글이 실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보의 내용 제한으로 처음 적었던 글을 줄이고 줄여 원고를 보냈어서요.
다음주에는 주보에 보낸 원고의 원본으로 대체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진 한두장과 함께요.
다음주에 다시 만나요.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