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신부입니다.
첫 사진으로 제 사진을 올린적이 없는거 같은데 그것참 민망하군요.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ㅡ.,ㅡ
지난주 말씀드린 것처럼 부끄럽게도 지난주 주보에 제 글이 올라갔었습니다.
그 글을 처음 썼을때 생각없이 주르륵 써내려보고 나니 엄청 길어져 있어서 깜짝 놀랐는데요.
원고 제한으로 참 많이 줄이고 줄인 글입니다.
첫 원본을 저장했어야 하는데. 어느 정도 줄인 후에 저장을 해 놓아서.
중간 정도의 원본 글로 오늘 포스팅을 대신하려 합니다.
한주 날로 먹는거 아니냐. 물으신다면 예리하신 겁니다.
근데 또 생각해보니. 제가 탄자니아 머물날이 이제 한달 남았습니다.
한주 한번이면 앞으로 올릴 글이 네번밖에 남지 않았다는 뜻인지라.
앞으로는....조금 더 자주 올려보겠습니다.
우선 다음글은...또 글을 재사용하게 되겠지만. 인스타에 올린 글이 하나 있어서 그걸 토요일 정도에 올리겠습니다.
건강들 하시옵고.
토요일에 다시 뵙겠습니다.
========================================
제가 있는 이곳 복사단 아이들 중, ‘토마스 음마시’라는 참 순수하고 밝은 친구가 있습니다. 이 친구가 한번은 허리가 아파서 고생하고 있던 저에게 물었습니다.
“신부님, 신부님 허리에 문제가 있죠?”
“응, 그렇지.”
“신부님 안경쓴것도 눈에 문제가 있어서 쓰는거죠?”
“뭐…그렇지.”
“왜 신부님은 그렇게 문제가 많아요?”
무언가 불편할때마다 가지고 다니는 것이 하나씩 늘어나는 제 모습이 아이에게는 퍽이나 신기했던 모양입니다. 그때에는 그저, 하하 그러네..난 참 문제네. 라고만 대답하고 말았지만 제법 많은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니 사실 문제들은 모두 제 안에 있었던 듯 합니다.
제가 있는 이곳 탄자니아, 특히 수쿠마 부족 사람들의 참 적응하기 어려운 특징은 바로 ‘미안할 때에 웃는 것’입니다. 원래도 웃음이 많은 분들이라 처음엔 그 웃음에 매료되기도 했습니다만 미안할 때 웃는 것 만큼은 참 쉬이 적응하기 어렵습니다. 뭔가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랄 거 같은 실수를 저에게 하고도 시원하게 웃어버리는 모습을 보노라면 사랑을 나누러 선교사로 왔다가 성격만 버리고 돌아가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절로 들때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물에 대한 어려움이 가장 큽니다. 오로지 빗물로만 버텨야 하는 곳이니 건기가 되면 세수나 양치를 할때에도 물 한 움큼을 더 쓰려고 할때마다 머리속으로 엄청난 계산과 염려를 해야 합니다. 몸으로는 익숙해지나 마음으로는 적응되지 않는 어려움들을 체험하게 됩니다. 그렇게 점점 예민해지고 얼굴에는 미소보다 짜증이 조금씩 쌓여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엔가 문득, 이 힘든 곳에서 그나마 가장 많은 것들을 가지고 살아가는 제가 오히려 가장 찌푸린 얼굴을 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사랑하셔서 당신보다 훨씬 낮은 존재인 피조물이 되어 오셨는데 저는 고작 사는 환경 조금 어려워진 것으로 세상이 망해가는 얼굴을 혼자 간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때부터 저의 방향은 무엇을 하기보다는 그저 이들과 ‘함께’, 이들 ‘처럼’, 이들 ‘안에서’ 살아가고자 노력했습니다. 물론 노력이 늘 쉽지는 않지만 그렇게 조금씩 생각과 태도를 바꾸려 노력하자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한국에 있었다면 결코 느끼지 못했을 기쁨들을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우기인데도 불구하고 한달 가까이 비가 내리지 않아 걱정이 가득하던 중 한달만에 내린 비에 주임신부님과 함께 깡총거리며 기뻐했던 순간, 한두달에 한번 시내에 나가서 따뜻한 물로 샤워할 때에 저도 모르게 외치게 되는 알렐루야, 조금씩 말이 통하며 마음을 알아가고 머나먼 곳에서 온 저를 걱정하고 아껴주시는 교우분들의 마음.
결국 복사단 친구의 말처럼 문제는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제 안에 있는 것이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사람들이 제 얼굴에 옮겨준 미소와, 상황들이 제 얼굴에 심어준 미소로 처음보다 많이 잘 웃고 자주 기뻐하게 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예상치 못한 병을 얻어 계약을 연장하지 못하게 된 아쉬움이 큽니다만 이곳에서 보낸 시간은 정말로 소중하고 감사한 은총의 시간이였음이 분명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관심 가져주시고 기도해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기뻐하며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울러 이곳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교우분들을 위한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서로 모두의 기도가 맞닿아 하느님께 드리는 향기로운 제물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