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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부기시 일상, 맑은 하늘, 굿바이 킬리만자로


한주 쉰것 뿐인데 꽤나 오랜만에 올리는 느낌이네요.


말씀드린대로 전동진 신부님을 만나서 일주일간 아루샤와 모시를 여행 다녀왔습니다.


한가지 재미있었던 일은 '쳄카'라는.... 계곡? 웅덩이....뭐 그런 곳이 있습니다.


좀 특별한 관광장소인데 사진은 다음에 소개할께요.


그곳에 갔었는데. 보통 거기 가면 대부분 백인들과 현지인들만 있습니다.


저희가 도착했을때 연배가 지긋하신 동양인 부부가 계시길래 혹시 한국인 이시려나..했는데


바로 말을 거시더라구요. 젊은(?) 분들이 이 먼데까지 어떻게 오셨냐 하시길래.


보통은 신부인거 잘 얘기 안하는 편입니다만 요새는 일일이 둘러대는것도 귀찮아지고 하여 그냥 말하는 편입니다.


이곳에서 선교하는 신부들입니다. 라고 했더니.


"저는 목사입니다."


라고 하신. ㅋㅋㅋㅋ


목사님 부부를 만났어요. 제가 살면서 만난 목사님중에 가장 반가운 순간이였습니다.


짧게 인사하고 헤어졌지만 참 반갑고 귀한 인연이였습니다.


여튼 모처럼 업로드 시작하겠습니다.






늘 저를 보면 어색하고 신기해하고 궁금해하며 무서워하는 아이들입니다.


2년쯤 되가니까 아이들과 노는법을 많이 익혔어요. 요샌 첨보는 아이들하고도 잘 놉니다.


물론 여전히 도망가고 무서워하는 경우도 많긴 합니다만...ㅎ





전에도 한번 설명드렸던거 같은데요. 


이곳 분들이 공사하는건 보통 우리처럼 시작과 끝이 한달 혹은 두달 안에 끝나는 식의 공사가 아닙니다.


 돈 모아지는대로 창문 하나 달고. 몇달 돈모아서 또 다음 창문 사고 이런식의 공사이다보니.


공소 하나를 짓는데도 빨리 휙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지요.


우리나라 돈으로 5-600만원 정도 드는 공사가


빠르면 반년 길면 3년씩 걸리기도 합니다.


돈 못 모으면 미완 상태로 그냥 계속 살면서 조금씩 수리하는거죠.





제가 좋아하는 공소입니다. '이키은과마노티' 라는 곳인데요.


교우분들이 열심이시기도 하고. 엄청 부지런도 하시고. 갈때마다 공소가 조금씩 바뀌어 있습니다.


열심히 봉헌하여 자신들의 공소를 꾸미시는 모습이 퍽 마음에 감동을 줍니다.


없는 와중에도 자신이 가진걸 내어주실때의 모습은 늘 마음을 울리죠.


사실 이곳에서 강론할 때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그래도 한국에서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좀 더 낮아져야 한다. 더 많이 가지려 하면 안된다. 뭐 이런 이야기를 쉽게 할 수 있습니다만.


여기서. 진짜. 가진 것 없는 분들에게 엄청 많이 끌어 안고 사는 제가 저런 말을 하노라면


정말이지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민망할 지경입니다.


그럼에도 말을 해야 하는 것이 저희들의 직분이니 어쩔 수 없이 하긴 합니다만


그럴 땐 주로 그 강론의 칼끝이 교우분들을 향해 있지 않고 저를 향해 있지요. 엄청 따갑고 아픈 순간입니다.










이곳은 또 다른 공소인데요. 봉헌을 하는 중입니다.


여기서는 봉헌을 총 세번합니다.


이것도 참 다른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헌금할 일이 세번이라면 앞에 바구니를 각기 다르게 세개를 놓잖아요?


여기선 세번을 다 따로 나옵니다. 그래서 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도 하지요.


첫번째 헌금은 일반적인 헌금. 본당에 대한 헌금입니다.


두번째 나오는 헌금은 사제에게 주는 미사예물입니다. 


따로 준비했다 한번에 주고 그런게 아니라 줄을 서서 나와서 한분씩 저에게 헌금하듯이 주십니다.


처음엔 사실 받기도 민망했습니다만 지금은 기쁘게 기다립니다.


공소 한번 다녀오는데 보통 4-6시간 정도 걸리는데요. 저렇게 미사예물을 받으면 보통 1-2천원 정도 받게 됩니다.


제일 적게 받았던 적이 100실링 그러니까 우리돈으로 50원 이였는데요.


5시간 정도 걸리니 시급으로 따지면 10원인거죠.


뭐 아예 못받을때도 있긴 합니다.


돈으로 주실때도 있지만 현물을 들고 오실때도 있습니다.


쌀 콩 옥수수 감자 양파 이런걸 미사예물로 주시기도 하구요.


아주 드물게 큰 미사때에는 산 닭 몇마리를 대롱 달아서 가져오기도. 염소를 끌고 오기도 합니다.


근데 보통 제가 미사 한번 가면 폴라로이드 찍어 드리고 사탕 나눠드리고 기름값 계산하면


믿져도 한참 믿지는 장사이긴 합니다.


농담이고 따로 받는 월급이 크니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금액이긴 합니다. ㅋ


이 헌금에 관해 재미있는 이야기가 좀 더 있는데 다음에 기회되면 또 할께요. :)


아 세번째 하는 헌금은 공소 발전 기금? 같은 겁니다. 이 돈으로 미사 후 먹는 식사를 준비하고 하는 것이죠.






이건 좀 신기해서 찍어봤습니다. 이 공소에서만 저런 박스를 봤는데요.


보통은 헌금박스가 구멍만 있는데.


저기에 적혀있는 wanawake    wanaume   는


각각 '여자' '남자' 라는 뜻입니다.


남자와 여자의 헌금을 따로 걷길래 신기했어요.


근데 그러고는 미사 끝나니 뚜껑 열어서 바로 섞어버리던. 응? 뭐지? 했습니다. ㅎ






미사 후에 늘 들리게 되는 가정집입니다.


보통 이런식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데요. 벽에 이런저런 종이들을 마치 액자처럼 걸어두는 모습이


처음엔 막 지저분해보이기도 했는데 이젠 좀 귀여워 보이기도 합니다.


개중에는 달력이 걸려 있는 경우가 많은데 1996년 달력이 걸려 있는것도 본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밥을 먹지요. 이날 날이 무지 더워서 고생한 기억이 있네요.


이렇게 밥을 먹고 나면





매번은 아니고 요청이 있는 경우 무덤 축복을 합니다.


기도를 하고 모두가 성수를 무덤에 뿌리는 예식을 한후 주모경을 바치고 마칩니다.





늘 찍는 부기시의 산책 코스입니다.





잠깐 어린이들 타임. 


아이가 아주 씩씩하고 잘 싸우게 생겼었어요. 눈빛이 강렬했습니다.


뭔가 욕심이 좀 많아 보이기도...배가 아주 뽈롱하죠. 사탕 줬더니 강렬한 눈빛으로 먹으며 사진찍는 저를 쳐다봤습니다.










한국에 있을때...어깨 너머로 꽃꽃이를 잠깐이나마 배운적이 있습니다.


그때 이후로 꽃에 대해 조금은 다른 애정을 갖게 되었는데요.


사실 떠난후로는 꽃이고 뭐고 아무런 생각도 없이 살다가


아주 오랜만에. 뭔가 정말 꽃같은 꽃을 이곳에서 만나서 너무 반가운 마음에 찍은 사진입니다.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몰라요. 그냥 정말 걷다 주운. 꽃입니다.


'오다 주웠다.'





늘 걷는 부기시 산책코스이구요. 해질녁이면 참 아름다운 곳입니다.


한낮의 뜨거운 기운도 해를 따라 넘어가고 적당히 따끈한 바람과 풀내음이 아주 기분 좋아지는 산책길입니다.





약간 매너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한국이 최근에 미세먼지가 너무 심했죠. 이곳에 있으면서 가장 좋은 것은 그나마 공기인것 같습니다.


이곳에서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푸른 하늘입니다.


사실 오히려 저는 저런 파란 하늘이 무섭습니다.


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구름 한점 없는 날씨에 내려쬐는 강렬한 햋볕이 얼마나 무서운지 뼈저리게 느껴서...


그럼에도 한국의 미세먼지는 쉽지 않기는 하죠.


두달 휴가때에는 미세먼지 조차 반가웠다는게 함정입니다만....여하튼 화이팅입니다.









말씀드린. 전동진 신부님을 데리러 다시 무소마의 언어학교에 갔습니다.


다음주에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이어갈께요. 무소마는 제가 있는 곳에서 차로 7시간 정도 가야 합니다.


이날 거의 7시간 반 정도 걸린거 같은데요.


그냥 알아서 오라 할걸 괜히 제가 데리러 가겠다 하여 사서 고생한 날입니다.


그래도 만나니 반갑고 힘들어서(?) 좋았습니다.(?)


북쪽으로 7 시간을 올라가다보니 환경이 많이 바뀌게 됩니다. 남쪽보다 훨씬 산이 많기도 하구요.


가는길에 멋진 장면이 보여 찍었습니다.





그렇게 함께 간 모시입니다. 모시에 제가 좋아하는 롯지가 한군데 있는데 


이 롯지의 덱 이라고 해야 하나요. 여기서 보는 킬리만자로가 정말 멋지거든요. 


도착했을때에는 구름에 가려 보지 못했습니다만





타단!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 볼 수 있었던 해발 5900미터의 킬리만자로입니다.


문득 생각에.


아마 킬리만자로를 다시 볼 일은 없지 않을까.


사람일이야 모르겠지만. 왠지 그럴듯하여 좋은 인사를 서로 나누고 온.


굿바이 킬리만자로였습니다.


늘 그렇듯. 다음주...한국 시간으로 목요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뿅.